폭염에 ‘쏟아졌다’ ‘그쳤다’ 반복 … “장마가 변했다”
폭염에 ‘쏟아졌다’ ‘그쳤다’ 반복 … “장마가 변했다”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7.13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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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특성 6월 중·하순 ~ 7월 하순 한달간 전국적 비
기후변화 영향 변덕스런 날씨 지속 … 국지적 폭우 잦아
기상학계 “동남아지역 스콜과 닮은꼴 … 우기표현 적절”
기상청은 13일부터 15일까지 장마전선이 한반도 상공에 정체돼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밝혔다./뉴시스
기상청은 13일부터 15일까지 장마전선이 한반도 상공에 정체돼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밝혔다./뉴시스

 

기후변화로 인한 급변하는 장마 패턴으로 `장마'라는 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장마의 사전적 정의는 여름철에 오랫동안 내리는 비다. 1년 중 가장 많은 비가 집중되는 기간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170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장마는 `길다'의 한자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당마ㅎ'를 어원으로 추정한다.

기상학적으로는 초여름 시기인 6월 중·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 약 1개월간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이 시기 남쪽에서 올라오는 뜨겁고 습한 열대성 기단이 한반도 상공에 머물렀던 한대성 기단을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런 장맛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장마 특성대로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폭우와 폭염이 동반돼 집중 호우가 몰아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동남아지역의 `스콜(열대성 소나기)'과도 닮아 있다.

스콜은 강한 햇빛으로 대지 표면이 뜨거워지면서 나타나는 대류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소나기다. 거센 비가 몰아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그치는 기상현상이다.

이 때문에 기상학계에서도 장마 대신 `우기' 등 다른 표현을 써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기상청이 주최한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 토론회에서 “장마철 강수 지속 기간이 크게 변했고 단속적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장마 표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시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또한 “아열대성 기후에서 강수가 집중되는 구간을 의미하는 우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상학계에서 장마라는 단어를 수정하자는 최초의 공식적 논의였다.

비슷한 의견은 지난 4월 열린 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제시됐다.

여름철 강수 예보 시 장마라는 단어 사용을 줄이고, 강수량과 강수 기간 등 객관적인 정보만 전달하자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미 2008년부터 공식적인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장마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자 `장마가 끝났다'는 표현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주기상지청은 “올해 장마 특성은 지금으로선 아직 완전히 정의하긴 힘든 상태”라며 “여름이 지나야 이전과 비교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윤채기자

chaezip12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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